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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고양이가 등장하는 영화들

글쓴이 : 민선아빠 날짜 : 2014-01-28 (화) 10:33 조회 : 10446

이번에는 처음으로 퍼온 글 하나 올립니다.


고양이가 등장하는 영화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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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애호가들이라면 코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 포스터를 보는 순간 "이 영화는 꼭 봐야해"라고 소리를 치셨을겁니다. 주인공이 뉴욕 지하철에서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는 스틸컷을 본다면 더욱 이 영화가 보고 싶으시겠지요. [인사이드 르윈]은 고양이와 포크 가수의 우정을 다룬 영화는 아니고, 고양이가 딱히 대단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 애호가들이 이 영화를 손꼽아 기다린다면 그건 오로지 고양이라는 동물을 스크린에서 보기가 개보다 훨씬 드문 일이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고양이가 주인공인 영화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자존감으로 가득한 이 독특한 동물은 아무리 구슬리고 훈련을 시켜봐야 감독의 말 따위 듣지 않거든요. 고양이에게 연기를 시키느니 금붕어에게 쇼를 가르치는게 더 쉬울걸요? 그래도 고양이가 주인공, 혹은 조연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애니메이션을 포함, 고양이가 등장한 영화들의 리스트를 시대순으로 한 번 알아봅시다. 고양이 애호가가 아니라 이따위 리스트 별로 궁금하지 않다고요? 우리가 언제부터 특정 동물을 애호해야만 특정 영화를 봤답니까. 다 재미로 알아보는 리스트죠.

 

 

아마도 고양이가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최초의 영화는 1951년작인 [루바브](Rhubarb)일 겁니다. 뉴욕 브루클린에 살던 구단주가 사망하면서 자신의 야구팀을 고양이 루바브에게 물려준다는 내용의 코미디 영화입니다. 사실 우리는 해외 토픽에서 종종 '(돈을 뜯어먹으려 혈안이 된 인간 핏줄들 대신) 고양이에게 유산을 물려주고 죽은 거부'이야기를 가끔 보지 않습니까. [루바브]는 그런 해외 토픽감 클리셰를 50년대 할리우드 스크루볼 코미디의 전통 속에서 멋지게 풀어냅니다. 사실 이 루바브를 연기한 고양이를 여러분은 다른 유명한 영화 속에서 보신 적이 있을 텐데요, 그 이유는 이 글의 마지막에 달린 박스 기사에서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루바브]는 할리우드에서는 꽤 컬트팬이 있는 코미디지만 한국에는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대신 [루바브]가 개봉한지 10년 뒤에 할리우드는 고양이 애호가들의 심금을 울리는 영화를 하나 만들어 냈습니다.

 

오드리 헵번의 대표작으로도 널리 알려진 1961년작 [티파니에서 아침을]입니다. 어딘지 정체가 불분명한데다 돈 많은 남자의 뒤를 쫓으며 인생역전을 노리는 오드리 헵번의 캐릭터는 뉴욕의 낡은 아파트에서 그저 '고양이'라고 불리는 고양이를 키웁니다. 그 고양이는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누구에게도 진짜 사랑을 주지 않는 헵번의 캐릭터를 잘 설명하는 훌륭한 영화적 도구라고 할 수 있을거에요. 마지막 장면에서 오드리 헵번은 내다버린 고양이를 다시 찾아 헤매며 빗속의 뉴욕을 돌아다니고, 고양이를 되찾는 순간 삶과 사랑의 가치를 발견합니다. 영화역사상 고양이가 등장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거라 믿습니다.

 

 

60년대를 대표하는 고양이로는 65년작 [명탐정 디씨](That Darn Cat)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60년대의 전설적인 아역배우 헤일리 밀즈 주연의 이 영화는 반려고양이 디씨와 함께 의문의 실종 사건을 해결하는 소녀의 모험을 그린 작품입니다. 당대 미국 영화팬들의 끔찍한 사랑을 받았던 헤일리 밀즈 만큼이나 반짝반짝거리는 샴 고양이 디씨의 매력은 이 고전적인 십대 코미디 영화의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1997년에 이 영화는 크리스티나 리치 주연으로 리메이크된 바 있습니다만, 고양이의 매력은 오리지널이 당연히 월등합니다. 샴고양이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고양이가 본격적으로 실내 반려동물의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던 50~60년대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던 품종 고양이는 멀리 태국에서 건너간 '샴'이었습니다. [명탐정 디씨]의 디씨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도 당시 미국인들이 갓 발견하기 시작한 샴의 아름다움 덕분이었을거에요.

 

1955년에 개봉한 디즈니 영화 [레이디와 트램프]에서는 아예 샴고양이 캐릭터들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부르는 전설적인 디즈니 명곡 'Siamese Cat Song'이 삽입되지요. 그런데 고양이 애호가들이 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인 요조숙녀 강아지 레이디가 길거리로 나앉는 이유가 바로 샴 고양이 자매 때문입니다. 어떤면에서 [레이디와 트램프]는 '개는 선하고 고양이는 악하다'는 두 동물에 대한 오랜 편견을 아이들에게 고착시킨, 고양이의 입장에서는 아주 불손한 애니메이션일지도 모르죠.

 

 

[레이디와 트램프]로 성난 고양이들과 고양이 애호가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어쨌든 디즈니는 1970년에 고양이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아리스토캣](The Aristocats)을 내놓습니다. 디즈니의 스무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인 이 작품은 귀족 부인의 유산을 물려받게 된 고양이 가족이 집사에게 유괴당한 뒤 길고양이들의 도움으로 귀환하는 여정을 다룹니다. 세월이 흘러도 순결한 즐거움을 간직한 디즈니의 고전 중 하나인데요, 특히 재즈풍의 주제곡인 '모두가 고양이가 되고 싶어하지'(Everybody Wants To Be A Cat)는 세상 모든 고양이들을 위한 찬가로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영화도 고양이에게 유산을 물려주고 죽은 거부의 이야기로군요. 세상에 얼마나 많은 거부들이 고양이에게 유산을 물려주고 죽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라도 누가 좀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서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의 나이가 된 분들이라면 80년대 TV에서 방영된, 고양이 외계인이 등장하는 희한한 영화를 본 기억이 어렴풋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억난다고요? 네. 그 영화의 제목은 바로 1978년작인 [우주에서 온 고양이](The Cat From Outer Space)입니다. 지구에 불시착한 고양이 외계인이 고향별로 돌아가기 위해 우주선을 수리하려 애쓴다는 내용인데요,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지는 차치하고 만약 당신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DVD를 구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유기농 사료 다섯 봉지 값이면 될 겁니다. 참. 주연을 맡은 고양이는 아비니시안 종입니다. 이 영화가 미국에서 아비니시안의 인기를 엄청나게 올려놓았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TV영화 이야기가 나왔으니 또 한편의 영화가 떠오릅니다. 1993년작인 [머나먼 여정](Homeward Bound: The Incredible Journey)입니다. 다른 농장에 맡겨진 말썽꾸러기 개 챈스, 늙은 개 쉐도우와 고양이 새시가 거대한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주인집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동물 로드무비입니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역경의 동물 드라마라고 할까요. 동물 애호가들은 인간의 목소리가 입혀진 동물 캐릭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영화 속 새시는 아주 위엄이 있는 고양이 캐릭터입니다. 그게 다 목소리 연기를 맡은 명배우 샐리 필드의 내공 덕분일겁니다. 어쩌면 새시는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가 연기한 유일무이한 고양이 캐릭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스카 주연상 배우가 목소리를 입히진 않았지만, 오스카 주연상 배우와 함께 멋진 연기를 선보인 고양이가 등장한 영화도 있습니다. 바로 벤 스틸러 주연의 2000년작 [미트 페어런츠]입니다. 로버트 드니로가 애지중지하는 히말라얀 종의 고양이 징스는 영화의 감초가 아니라 당당한 조연배우 중 하나였는데요, 특히 사람이 사용하는 변기에 용변을 보는 장면으로도 아주 유명했지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 거주하는 한 남자는 이 장면에 감화받아 고양이 용변 훈련용 변기를 발명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유튜브에 들어가서 검색해보시면 사람용 변기에 용변을 보도록 훈련된 고양이들의 동영상을 대거 찾으실 수 있습니다. 인간으로서는 참 편리한 일이지만, 고양이들로서는 귀찮은 일이 하나 더 생긴 셈이랄까요.

 

 

지금까지 꽤 많은 고양이 영화를 언급했지만, 여러분이 머릿속으로 가장 먼저 생각한 영화는 아마도 2001년작인 [캣츠 앤 독스]와 2004년작인 [가필드]였을 겁니다. 세상을 지배하려는 고양이와 세상을 지키려는 개의 전쟁을 다룬 [캣츠 앤 독스] 고양이 애호가들은 치를 떨며 싫어하는 영화 중 하나인데요, 고양이 애호가들의 원성을 감안한 건지 모르겠지만 2편인 [캣츠 앤 독스 2]는 고양이와 개의 합동작전을 선보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당 두목이 여전히 고양이라는 건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인데요, 만약 3편이 만들어진다면 동물을 버리는 인간을 악당으로 만드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가필드]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고양이 만화를 CG로 되살린 애니메이션입니다. 빌 머레이의 목소리로 되살아난 가필드 캐릭터가 꽤 웃기는 데가 있긴 하지만, 고양이 애호가들은 진정한 고양이의 매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불평을 갖고 있지요.

 

 

그렇다면 고양이 애호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은 뭐냐고요? 2008년작 [볼트]와 2011년작 [장화신은 고양이]입니다. [볼트]의 주인공은 볼트라는 이름의 강아지지만 조연인 턱시도 고양이 미튼은 그야말로 '씬 스틸러'로서의 역할을 멋지게 해냅니다. 특히 미튼이 볼트에게 '개 답게 보이는 법'을 가르치는 장면은 [볼트]의 가장 사랑스러운 명장면이라고 할 만 합니다. [장화신은 고양이]는 오랜 고전을 토대로 한 애니메이션이긴 하지만 콧잔등을 씰룩거리며 우유를 핥아먹는 등 진짜 고양이의 특성을 절묘하게 잡아채는 작품입니다. 고양이를 직접 키우지 않는 사람들은 이런 애니메이션 절대로 못 만듭니다.

 

 

자, 이제 일본과 한국 영화들이 남아있네요. 일본은 뭐 전세계에서 고양이를 가장 사랑하는 국가라고 할 수 있으니 당연히 수많은 고양이 영화들이 만들어졌습니다. 가장 유명한 몇몇 작품을 거론해보죠. 하타 마사노리가 감독한 1986년작 [밀로와 오티스의 모험]은 개와 고양이의 모험을 다루는 아주 사랑스러운 작품입니다. 1989년에는 미국 배우 더들리 무어의 나레이션이 입혀져 미국에서도 개봉을 했습니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지만 동물 영화를 사랑하신다면 꼭 구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2002년작인 [고양이의 보은]도 최근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고양이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사인 지브리의 고양이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웃집 토토로]의 고양이 버스나 [마녀배달부 키키]의 검은 고양이 지지는 애니메이션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고양이 캐릭터들이죠. 평범한 여고생이 고양이 나라에서 겪는 모험을 다룬 [고양이의 보은]은 고양이를 향한 지브리의 연애 편지라 할만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08년작인 [구구는 고양이다]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오랜 반려 고양이 시바를 떠나보낸 만화가 아사코가 새로운 고양이 구구를 입양한 뒤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그저 귀엽기만 한 고양이 예찬 영화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고양이라는 문을 통해서 바라본 죽음과 외로움과 극복의 드라마가 가득하거든요. 훌륭한 고양이 영화인 동시에 훌륭한 인생 예찬 영화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영화는? 여기서 거론할 만한 작품이 딱 두 편 있습니다. 2011년작인 다큐멘타리 [고양이 춤]과 같은 해에 개봉한 호러영화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입니다. CF감독 윤기형과 시인이자 여행가인 이용한이 만든 [고양이 춤]은 놀라운 다큐멘타리입니다. 이용한의 에세이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에 실린 사진들과 윤기형이 찍은 영상이 번갈아 보여지는 가운데, 한국 길고양이들의 고단한 삶의 흔적들이 보는 이의 가슴을 파고듭니다. 콘크리트 더미에서 짝의 출산을 돕는 길고양이의 모습을 보고 나면 길 위에서 천대받고 학살당하는 존재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될 겁니다.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은 고양이를 소재로 한 공포영화라는 이유로 개봉 전 고양이 애호가들의 원성을 샀던 영화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인간에게 학대받은 고양이들의 사연을 통해 동물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줍니다. 공포영화로서의 매력보다는 동물영화로서의 장점이 더 큰 장르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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