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군가를 들으며 글을 쓴다.)
6만의 함성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2010년 K리그에서 FC서울이 우승을 차지했다.
2004년 FC서울의 창단 (정확히 말하자면 입에 올리기 거북한 단어이지만 - 연고이전) 첫 경기를 직관한 이래
7년간 지켜 봤던
FC서울이
12월 5일 최종 결승전에서 2-1로 리그 2위팀 제주를 누르고 'FC서울'이란 이름을 단 이래 첫 우승을 한
것이다.
올시즌 함께 FC서울을 응원한 회사 동료들, 그리고 우리집 꼬마와 마지막 경기를 함께 했다.
우리집 꼬마의 경우 다음주에 기말고사였으나, 기말고사는 매 학기마다 있는 일이고
FC서울 첫우승의 현장은 평생 한번 밖에 없는 일이라는 걸 강조하며 함께 경기장으로 향했다. (아빠 맞아?
--;;;)
어린 시절의 경험은 지나버린 후에는 돈 주고도 절대 살 수 없는 일이란 걸 믿는다. (아빠 맞다. ◎◎)
우리집 꼬맹이의 유니폼 - 이날 사진은 아니다.
(하대성선수 마킹을 하려했으나
품절)
올시즌 서울은 정규리그 평균 관중 30,849명이란 실로 대단한 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어린이날 성남전을 제외하고는) 무료관중을 제외하고 철저히 유료입장객만을 집계한
결과라 더욱 대단한 수치이다.
많은 경우 발표된 관중수를 보고 실제 보이는 수보다 훨씬 적어서 놀라곤
했었다.
이날도 6만 6천명을 수용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빈자리가 거의 안 보일 정도로 놀라운 수의 관중이 운집했다.
단지 관중의 수만 많았던
것이 아니라 서울의 우승을 염원하는 관중들의 뜨거운 열기와 함성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참고로 유럽 빅리그 일부팀을 제외하고는 유럽 리그도 평균관중 3만명을 넘는 팀은 생각처럼 많지 않다.
이청용 때문에 자주 접하는
볼튼의 홈 리복스타디움도 수용인원이 3만명이 되지 않는다.
아디의 결승골 직후 모습 [출처:아이러브사커 디이노님]
(이 골 이후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광분상태가
되었다.)
어린이날 성남전 60,747명 (국내 프로스포츠
신기록)
최고 라이벌 수원전 48,558명
올시즌 기억에 남는 경기들이다.
우리 일행 중 제주팬도 한명 있었다.
관련 업체 분인데 몇년 전 함께 이야기하다가 서로 K리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더욱
친해진 분이다.
제주 역시 (다시 언급하고 싶지 않은 단어지만 --;;) 연고이전 하기 전 부천을 연고로 하고
있었고
90년대 후반 한때 목동구장을 홈경기장으로 사용했다.
이때 신혼이던 나도 목동구장을 자주 갔었고 당시 부천의 감독이던 니폼니시를 매우
좋아했었다.
이분과 이성재와 곽경근 선수 이야기로 열을 올리기도 했다.
(궁금해 하던 이성재 선수는 몇년전 베스트일레븐에서 K3리그에 입단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런 인연으로 어제 경기에 이분을 특별 초청했는데 덕분에 더욱 즐거웠다.
평소 원정팬이 원정석으로 가지 않고 일반석에서 원정팀을 응원하는 것을 꽤나 싫어하던 나였으나
이날은 이분의 애교섞인 도발이
경기에 대한 흥미를 배가시켜 주었던 것이다.
내가 가장 걱정하던 것은 날씨였다.
아무리 좋은 경기도 추우면 일단 뜨끈한 아랫목이 먼저 생각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날은 정말 날씨가 도왔다.
토요일 오전까지 춥던 날씨가, 또 다음날인 오늘 갑자기 겨울날씨로 돌변한 이 변덕스런 날씨가
마침 이날만 경기관람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따뜻한 봄날이 되었다.
이날 서울은 N석은 물론이고 일반석인 E석에서 카드섹션을
펼쳤다.
카드섹션에 참여하기 위해 1시간 30분전에 입장했으나 1층은 커녕 2층에도 겨우 자리를 잡았다.
(이날 관중이었으면 2층까지
카드섹션이 가능했을 것 같다. 만약 그랬다면 대단한 위용이었을 것이다.)
카드섹션인 서울의 상징색 검빨. (이태리 말로 로쏘네리 -
밀란의 상징색이기도 하다.)
경기시작 직전 일반석(E석)의 카드섹션 & K리그 우승 트로피 [출처:아이러브사커
디이노님]
(이거 참여하고 싶었으나 최소 2시간 전에 입장했어야...)
경기시작 직전 일반석(E석)의 카드섹션 & N석의 카드섹션과 대형통천 [출처:기억나지
않음]
아무리 좋은 밥상이 차려졌더라도 경기력이 엉망이면 소용없는 법.
또한 이런 중요한 단판승부는 소극적인 수비전술로 관중들을 실망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차전은 물론 이날의 2차전도 양팀 모두 훌륭한 경기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FC서울은 현재 스쿼드 자체가 K리그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은 원정이었던 1차전 스타팅으로 4-2-3-1의 다소 소극적인 전술로 나섰으나
이날은 예상했던대로 데얀, 정조국 2톱을
위시한 주전술인 전형적인 4-4-2로 경기에 나섰다.
제주는 아시안게임의 여파로 구자철이 선발에서 제외되었으나
박현범, 오승범을 중앙에 세우고 서울에 한치도 밀리지 않는 (어쩌면 서울을
능가하는) 전력을 보였다.
전반전은 체력과 원정임을 의식한 제주가 다소 칼날을 감춘 모습으로 경기를 펼쳤으나
김용대의 결정적 실책으로 오히려 제주가 선취골을
얻었다.
하지만 서울은 불과 몇분 뒤 최광보의 명백한 오심에 의한 PK를 정조국이 강하게 차넣어 1-1로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이 시작되고 피어오르는 서울의 홍염 [출처 : 네이버 킹왕짱님 블로그]
후반이 시작되자 예상대로 제주는 혼신의 힘을 다해 몰아붙였으나
아쉽게도 득점에 실패했다.
서서히 경기가 다시 서울로 넘어가는가 싶더니
이날의 MOM이자 서울의 심장 아디가
완벽한 헤딩결승골로 경기장을 환호의 도가니탕으로만들어 버렸고
어느새 나도 한 조각의 도가니가 되어
있었다.
제주는 20분을 남기고 몸이 좋지 않은 에이스 구자철을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산토스의 동점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으며 아쉽게
준우승에 만족했다.
서울의 우승 세레모니 [출처:기억나지 않음]
- 옥의 티 - 심판, 그리고 언론, 특히 MBC
아무리 완벽한 경기라도 티가 없을 수는 없겠다.
나는 원래 심판을 탓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스포츠란 원하지 않는 것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 최광보의 판정은 참...
여기까지만 하겠다.
대한민국에서 K리그 팬 노릇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언론의 완벽한 외면 (또는 고의적 축구죽이기라는 생각까지 든다.) 때문이다.
스포츠신문은 실제로는 야구신문 (또는 야구와 연예신문)이며
주요 일간지 및 방송사에서마저 축구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FC서울이 스포츠 구단 사상 최초로 평균관중 3만명의 대위업을 달성했으며
올시즌 K리그의 아시아챔피언스 리그 동아시아 4장 싹쓸이,
성남의 우승 등 이슈가 될만한 모든 축구계의 뉴스는 찾아보기 전에는 알기 어려웠다.
이번 챔피언결정전 2차전도 관중이 무려 6만명 가까이 모인 대형 이벤트였음에도
전날 각종 일간지 및 방송국 스포츠 뉴스에도 거의
실리지 않았다.
약간의 홍보만 되었어도 상암을 완전히 메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욱 아쉬움이
느껴진다.
특히 MBC와 MBC SPORTS+라는 방송사는 현재 K리그 팬들과 전면전을 선언한 상태이다.
나도 이
방송국들을 내 기억에서 지워 버렸다.
축구중독이던 내가 언젠가부터 축구를 좀 줄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좋아하던 유럽축구도 끊기 시작했다.
나는 흔히 말하는
'유빠(유럽축구빠)'가 아니다.
워낙 축구를 좋아하다 보니 남들보다 일찍 유럽축구에도 빠져들었을 뿐)
지난 몇년간 FC서울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꾸준히 찾고
또한 지난 20여년간 TV중계해 주는 많은 (사실은 거의 모든) K리그
경기를 봐왔지만
올시즌만큼 K리그가 즐거웠고 한팀에 온전히 빠진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덕분에 이젠 유럽축구도 완전히 잊었고
국가대표팀 경기를 봐도 그다지 흥미가
없다.
1990년대 초중반 황선홍과 라데 콤비에 빠져 포항을 좋아하기도 했고
1990년대 후반에는 목동구장을 다니며 부천FC를 응원하기도
했다.
지금도 탄천도 가끔 다니며 성남도 응원하고 있지만
올시즌은 정말이지 서울 경기에 울고 웃었던 것 같다.
(2경기를 제외하고
홈경기 전경기를 상암에서 직관했을 정도니...)
이날의 경기로 2010시즌의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었다.
(뜬금없지만 12월 22일에 '합창'공연으로 마무리하게 될 서울시향의
2010시즌 마침표 역시 기대중이다.)
마지막으로 FC서울의 사진을 몇장 추가합니다.
이날 경기도 사진을 몇장 찍기는 했으나
개인적으로 사진을 못 찍는 편이라
여러분들의 블로그나 커뮤니티에서 퍼왔습니다.
개인의 사진이 포함된 것은 가져오지 않았으며
최대한 양해를 구하고 퍼왔으나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알싸에서는 눈팅만 하고 있는 준회원이라
디이노님 같은 경우 게시물에 덧글도 못 남기고 쪽지 보내기도 불가능하여 양해를 구할 방법이
없더군요.)
K리그를 알리고 싶어 시간을 내어 길게 쓴 글이니 사진에 대해 양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만
혹시나 문제가 된다면 즉시 삭제하겠습니다
서울의 특급 외국인선수 제파로프 선수의 모국인 우즈베키스탄에도 기사가 실렸고 댓글이 1000개가
넘는다고...서울의 홍염은 밤에 봐야 제맛. (어제 경기와 무관)
다음 시즌 개막전은 리그 우승팀과 FC컵 우승팀이 맞붙는 관례에 따라 서울과 수원이 대결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K리그 최고의 흥행카드인 이 경기가 개막전이라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올해 최고의 경기를 보여준 수원 빅버드에서의 양 팀의 대결 [출처 : 아이러브사커 디이노님]
(이
경기는 서울에서의 포스코컵 준결승과 더불어 -비록 서울이 졌지만- 내게는 올시즌 최고의 경기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