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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 보첼리 공연 후기

글쓴이 : 민선아빠 날짜 : 2010-05-03 (월) 00:00 조회 : 4416
 
어머니와 함께 천상의 목소리 안드레아 보첼리의 공연을 보고 왔다.
멋진 공연의 여운이 남아 있을 때 후기를 남긴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였으며,
지난번 현대카드 슈퍼시리즈 이벤트에 응모하여 당첨된 바 있다.
 
 

     
    • 1부 공연
     
    1부는 오페라 아리아로 구성되었다.
    공연장은 잠실실내체육관이었는데, 실내체육관이었으므로 마이크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체육관에서의 클래식 공연은 처음이라 약간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려했던 대로 7시 정각이 되었는데도 관객들이 계속 입장하느라 조금 어수선했다.
     
    카르멘 서곡 (비제)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프로그램의 첫 곡은 오페라 서곡이었다.
    우리 귀에 너무도 익숙한 카르멘 서곡이 끝났을 무렵 객석은 안정되었다.
    고전시대에도 관객의 주목을 위해 첫곡으로 서곡을 연주했다는데
    이런 상황과 비슷했을 것 같다.
    (책에서 본 바로는 공연장에 개들도 뛰어다녔다고 하니 지금보다는 물론 훨씬 심했을 것이다.)
     
    여자의 마음 (베르디, 리골레토 중)
    축배의 노래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이제 오늘의 주인공 안드레아 보첼리가 등장했고
    첫곡으로 리골레토 중 '여자의 마음'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축배의 노래(Brindisi)'를 연이어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정말 - 진부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적절한 표현이다. - 호소력 있다.
    좋은 목소리라도 자꾸 들으면 지겨워지기 마련인데 그의 목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더 듣고 싶어지는 그런 목소리다.
     
    나는 창조주의 비천한 하녀일 뿐 (칠레아, 아드리아나 레쿠브뢰르 중)
    협연자인 소프라노 사비나 츠빌라크(Sabina Cvilak)의 Solo곡이었다.
    처음 듣는 오페라다.
     
    저 타는 불꽃을 보라.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 중)
    다시 등장한 안드레아 보첼리의 열창이 있었다.
    이 곡을 들을 때 나는 거의 감전된 기분이었다.
    오케스트라의 반주는 여자의 마음을 부르던 처음에는 보첼리의 노래를 의식하여 매우 조심스럽게 연주되었으나
    시간이 흐르며 노래와 자연스럽게 융화되었다.
     
    오 상냥한 아가씨 (푸치니, 라보엠 중)
    라보엠 1막에서 '그대의 찬손', '내 이름은 미미'를 각각 부른 후 로돌포와 미미가 듀엣으로 부르는 아름다운 곡이다.
    안드레아 보첼리와 사비나 츠빌라크가 함께 불렀다.
     
    케르메스 왈츠 (구노, 파우스트 중)
    또 다른 협연자 플루티스트 안드레아 그리미넬리의 연주였다.
    이 공연에는 이렇게 중간중간에 기악곡이 포함되어 있다.
    프로그램북에 의하면 1859년 당시 파리 리릭 극장의 규정에 의해 의무적으로 7개의 발레 곡을 작품에 삽입해야 했으며,
    케르메스 왈츠는 그 규정으로 들어간 곡이라고 한다.
     
    너무 늦었어요. (구노, 파우스트 중)
    플루트와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끝난 후 다시 이어진 듀엣곡이다.
    역시 안드레아 보첼리와 사비나 츠빌라크가 함께 불렀다.
     
    축배의 노래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라 트라비아타 1막에 나오는 축배의 노래.
    1막의 마지막 곡으로 매우 적절한 선곡이었다.
     
     
     
    • 2부 공연
     
    2부는 칸초네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시인과 농부 서곡 (주페)
    2부 역시 주페의 오페레타 시인과 농부 서곡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살고 싶어 (단치)
    바다로 가자 (이탈리아 민요)
    산타루치아 (코트라우)
    그라나다 (라라)
    아무래도 오페라 아리아보다는 체력적 소모가 덜한 칸초네여서 그런지 보첼리는 이 4곡을 연달아 불렀다.
    1부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파바로티도 칸초네를 즐겨 부르긴 했으나
    같은 목소리가 정통 클래식 곡과 칸초네에 모두 이렇게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왕벌의 비행 (림스키 코르사코프, 술탄 황제 이야기 중)
    차르다쉬 (몬티)
    협연자인 플루티스트 안드레아 그리미넬리의 무대였다.
    왕벌의 비행은 여러 악기의 연주자가 속도를 과시하는 연주에 많이 애용된다.
    차르다쉬는 집시음악의 한 종류인데 오늘 연주된 몬티의 곡이 가장 유명하다.
    플루트는 대학 시절 친한 친구가 선물했던 제임스 골웨이의 'The Wind Beneath My Wings'를 외우도록 들어
    비교적 친숙해진 악기다. (골웨이도 왕벌의 비행을 녹음한 적이 있다.)
     
    맘마 (비시오)
    이날 유일하게 노래가 아닌 보첼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곡이다.
    보첼리는 이 곡을 부르기 전에 '유명한 곡이며, 어머니께 바친다'고 말했다.
     
    후니쿨리, 후니쿨라 (덴차)
    그 유명한 후니쿨리, 후니쿨라.
    케이블카 덕분에 만들어졌다는 이 노래는 칸초네의 대명사처럼 되었다.
    이 곡은 관중들을 더욱 들뜨게 만들었다.
     
    대지의 노래 (샤르토리)
    Time to say goodbye를 작곡한 샤르토리의 곡이다.
    호주의 여가수 델타 구드렘과 듀엣으로 부른 이 곡은 이날 정규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이었으며
    슬슬 팝스타의 공연장 분위기로 만들어 앙코르를 기대하게 했다.
     

     
    • 앙코르
    ▶ Can`t Help Falling In Love
    엘비스 프레슬리의 힛트곡인 Can`t Help Falling In Love.
    2부 마지막 곡을 함께 부른 델타 구드럼과의 듀엣이었다.
    이제 앙코르인 만큼 관중들도 곡이 시작되자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The Prayer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 불려진 두번째 앙코르 곡.
    보첼리는 말할 것도 없고, 델타 구드렘의 진가가 드러났던 곡이다.
     
    Time to say goodbye
    이 날의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예상되었던 곡이다.
    잠시 퇴장했다가 다시 무대에 선 보첼리는 소프라노 사비나 츠빌라크와 함께 이 곡을 불렀다.
    (사실 이 곡을 델타 구드렘과 부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이 곡이 연주되기 시작되자 관객들의 반응은 최고조에 달했다.
     
    ▶ Nessun dorma
    관객의 반응이 너무 뜨거웠는지 예상을 뒤엎고, 다시 나온 보첼리가 선택한 곡은 바로 Nessun dorma.
    Time to say goodbye를 부를 때 지휘자인 유진 콘이 오케스트라에게 연주할 곡을 알려 주었는데
    원래 준비된 앙코르 순서가 Nessun dorma 후 time to say goodbye였으나
    보첼리가 너무 지쳐서 이 곡을 skip하려 했다가 다시 부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앙코르 때부터 보첼리가 다소 피로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곡은 이 날의 진정한 하이라이트였다.
    2시간 동안 10여곡을 부른 후 Nessun dorma를 부른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는 이 곡을 라이브로 거의 완벽하게 불렀다.
     
    이 곡이 끝나고 - 이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일부 관객을 제외하고 - 대부분의 관객이 기립박수를 쳤다.
    주변 분위기 때문이 아닌 나도 모르게 기립박수를 친 것은 매우 오래간만의 일이다.
    그가 오늘 들려 준 모든 곡, 모든 행동과 표정은 기립박수 뿐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도 받을 가치가 있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나로서는 너무나 훌륭한 곡을 들었지만,
    그가 관객들의 요구와 공연장의 분위기 때문에 조금 무리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협연자들도 훌륭했다.
    < 지휘자 - 유진 콘 > < 소프라노 - 사비나 츠빌라크 >

    < 플루티스트 - 안드레아 그리미넬리 > < 팝가수 - 델타 구드렘 >



    4월 24일자 중앙일보 기사의 스크랩이다.

    ‘대중 가수’와 ‘오페라 테너’라는 타이틀 사이에서 보첼리는 “음악의 아름다움만이 중요하다”라는 정의를 내놨다.


     
    이번 공연은 이벤트 응모에 썼던 것처럼 어머니 생신 선물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내 자신에게 준 선물이었다.
    (물론 어머니도 아주 기뻐하셨다.)
     
    보첼리는 토스카나 지방에서 태어났다.
    토스카나에는 피렌체가 있고 피렌체를 연고지로 하는 AC피오렌티나의 팬인 나로서는 개인적으로 언젠가는 토스카나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보첼리는 전세계 어디를 가든 따라다니는 광팬들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그는 훌륭한 목소리 뿐 아니라 친근하면서도 잘 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사적인 부분이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의 표정과 말투에서 그의 따뜻함이 엿보인다.
    또한, 그의 장애 때문에 공연 내내 협연자들은 보첼리를 잡아주고 이끌어 주는 모습이었는데
    이는 그의 장애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와 인간적 교감을 나누는 모습으로 보였다.
     
    오늘 공연을 듣고 집에 와서 바로 그의 음반을 주문했다. (냄비근성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공연을 마련해 준 현대카드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감사의 뜻으로 현대카드 홍보를 하나 하자면... (나는 현대카드와는 심하게 아무 관계 없다.)
    공교롭게도 지난주에 있었던 회사 교육에서 현대카드가 소개되었다.

    (즐거운 직장의 사례로 늘 언급되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와 더불어 국내의 즐거운 직장의 예가 바로 현대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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