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은 - 그의 자전적 소설인 '데이비드 카퍼필드'와 함께 - 찰스 디킨스의 작품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다.
이 책은 세계문학전집으로 주로 청소년 시기에 많이 읽히는 작품이지만,
인생의 어느 시기에 읽더라도 결코 부적합하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을 유쾌하게 해 주는 '데이비드 카퍼필드'에 비해,
이 책은 디킨스 특유의 사회계층 간의 극명한 특성이 드러나고,
선악의 구분보다는 다양한 성격을 가진 특징 있는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
해비셤, 프로비스, 조 등 디킨스가 창조해 낸 인물들의 매력은 놀라울 뿐이다.
원제 'great expectations'는 '위대한 유산'이라기 보다는 그저 '막대한 유산', '큰 금액의 유산'이라는 번역이
어울리지만,
- 실제로 소설의 내용도 마찬가지이다. - '위대한 유산'이 더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많겠지만, 에단 호크와 기네스 펠트로가 주연했던 동명의 영화가 가장 유명하다.
이 영화는 마치 피츠제럴드의 단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동명영화처럼 원작과는 크게 관계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헤비셤과 에스텔러 등 등장인물과 신분상승 등의 요소 등 원작의 기본 틀은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주인공 핍은 선량하기 이를 데 없지만 미천한 대장장이인 매부 조의 대장간 일을 도우며 살아 간다.
어느날 갑자기 유산을 받고 신분 상승의 꿈을 간직한 채 런던으로 온 핍은 그의 일?친구가 되는 허버트를 만난다.
이 자리에서 허버트는 핍의 세례명인 필립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핍이 대장간 일을 했다는 데에 착안하여, '유쾌한 대장장이'를 작곡하기도 한 작곡가 '헨델'이라고 부르겠다고 제안한다.
(그 후 허버트는 핍을 헨델이라고 부른다.)
헨델은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영국으로 귀화하여 영국에서 살다가 영국에 묻혔던 절반의 영국인이므로
디킨스에게는 더욱 적절한 인용의 소재가 되었을 것이다.
'유쾌한 대장장이(The Harmonious Blacksmith)'는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5번 HWV 430번 중 마지막 4악장 'Air con variazioni'의 부제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가득한 핍의 매부 조가 대장간에서 일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듣는다면 더욱 어울리는 곡이다.
Wilhelm Kempff가 연주한 '헨델의 쳄발로 모음곡 1권 HWV 426-433'에 수록되어 있는 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