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친구가 물었다. K리그의 문제는 무엇인지...
그 친구와 지난 시즌 빅버드에 수원vs서울 전을 보러
갔다.
경기는 흥미로웠다. 안영학의 골을 포함하여 2골을 넣고 집중력에서 앞선 수원의 승리였다.
그러나 K리그의
문제는 여전했다. (누구인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양 팀 선수가 경합하던 중 한 선수가 쓰러져 잠 들어 버렸다.
내가
친구에게 말했다.
K리그에서는 이런 장면이 너무 잦다고...
물론 이 한 마디로 K리그의 전체 문제를 요약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은 선수들과 심판이 관중을 모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올해 K리그는 [5분 더 (5MM : 5Minute More) 캠페인]을 캐치 프레이즈로 내세웠다.
축구는 90분
경기이지만 실제 경기시간 (Playing Time)은 경기마다 다르고 관중들이 열광하는 선진 리그일수록 이 실제 경기시간이
길다.
전체적인 통계수치는 찾기 어렵지만, EPL의 과거 자료를 보면 약 63분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시즌 K리그 베스트팀의
경우 평균 57분 24초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캠페인이 효과가 있었을까?
지난주 1라운드가 끝난 결과, 전체
7경기의 평균은 58분 17초로 일단 1라운드만 놓고 보면 큰 효과를 본 셈이다. (성남vs강원 전은 무려 66분이
넘었다.)
5분은 얼핏 생각하기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실제 축구 경기를 관람할 때는 큰 차이다. 그것도 전 경기의 평균
시간이 5분 늘어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TV를 통해 1라운드 경기를 총 3경기를 봤다. 전북vs수원전, 성남vs강원전, 대전vs서울전 (이 경기는 결과를 알고 봐서
대충 봤다.)
세 경기 모두 훌륭했다. 주심의 깔끔한 경기 진행, 넘어져도 바로 경기를 재개하는 선수들...
특히
전북vs수원전을 담당했던 최명용 주심은 이날의 MOM(Man of the Match)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경기를 보아온 K리그 팬으로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먼저,
심판은 선수와 감독, 관중들의 눈치를 보아서는 안 된다.
개인적으로 국내 심판들은 필요없는 호각을 너무 자주 불고, 그러면서도
카드는 너무 아낀다고 생각한다.
축구란 원래 몸을 부딪치는 스포츠이다. 정당한 몸싸움은 인정해야 한다.
또
한가지. 이 beutiful game은 신사의 스포츠이다.
일견 이 두 조건은 서로 상충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별개의 것이며, 따라서 두 조건은 동시에 충족 가능하다.
승리를 위한 강한 의지에 의한 투쟁심은 축구의
필수요소이지만, 의도적으로 상대 공격을 지연하는 행위, 정당한 다툼이 아닌 상대를 아작내려 하는 행위는 이미 스포츠가 아니라는
거다.
반칙해도 별 손해날 것 없이 밑져야 본전이라면 누가 정상적인 경기를 하려 하겠으며 그러한 경기를 누가 돈 내고 시간
들여 보러 가겠는가.
심판의 카드는 신용카드가 아니다. 심판은 경기를 끊지 않되, 과감히 카드를 꺼내야 한다. 반칙에
의해 이득을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선수들은 평소에 집에서 숙면을 취해야 한다.
그라운드가 넓고 편해 보인다고
그 위에 쓰러져 한숨 자고 싶다는 생각은 나같은 샐러리맨이면 충분하다.
'경기는 지속되어야 한다.' 관중들이 다른 생각이 들지
않도록, 계속 경기에 빠져 들 수 있도록...
올시즌 내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리그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며칠 후]
방금 강원과 서울의 2라운드 경기를
보았다.
멀티골의 주인공 방승환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주심은 고금복... 굳이 주심이 누구인지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째서 이번 주심도 고금복이란 말인가.
오늘 방승환은 정말 잘 했다.
골을 넣기 전에도 그는 전체 선수
중에서도 가장 활발했으며, 팀에 녹아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게다가 멀티골...
그런데 난데 없는
퇴장이라니... 방승환의 퇴장 상황이 두번째 노란카드를 꺼냈어야 할 상황이었나?
축구 룰에서 경고나 퇴장을 줄 수 있는
기준은 기본적으로 몇 가지가 있다. 상대선수 상해, 고의성, 상대의 기회 무산, 스포츠맨쉽 위반 등... 도대체 어떤 기준이
해당한다는 건지...
바로 위에 썼던 글이 정말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오늘 김용대도 잘 했고, 아디도 충분히 MOM이
될만 한 경기를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디를 좋아한다.) 하지만 오늘은 방승환이 경기의 주인공이 되었어야 했다.
더구나
다음 주에 보러 갈 예정인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올 시즌의 양강)인 전북과의 대결에도 출전할 수 없다는 것이 더욱 아쉽다.
마지막으로, 빙가다 감독에 대한 칭찬 한마디. 방승환 퇴장 상황에서 흥분하던 데얀을 몸싸움을 해 가며 돌려 세우던 빙가다
감독. 박수받을 만하다. 신승대 캐스터답지 않게 '빙가다 감독이 항의한다'고 잘못된 멘트를 날린 것은 좀 아쉬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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