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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교향악 축제 - 수원시향

글쓴이 : 민선아빠 날짜 : 2010-04-10 (토) 00:00 조회 : 3034
 
교향악 축제 수원시향 공연에 다녀왔다.
두 곡 모두 내가 좋아하는 곡이다.
 

 

     
    • 오케스트라를 위한 '길' (김성기)
    세계 초연이라고 한다.
    나는 1층 A블럭에 있었는데 무대쪽 대각선 방향 B블럭 끝자리에 노신사가 혼자 앉아 계셔서
    혹시 저 분이 작곡가가 아닐까 하는 완전히 막연한 추측을 했었다.
    (세계 초연 곡을 몇 번 들어 보았는데 작곡가가 주로 그쪽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곡이 끝나고 김대진 지휘자가 작곡가를 소개했는데 정말 그 분이었다.
    (지난번 이벤트 당첨도 그렇고, 요즘 약간 신내린 기분이다.)
     

       
      •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Op.64 (멘델스존)
      김수연의 협연으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가 연주되었다.
      (누가 정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흔히 베토벤, 브람스의 곡과 함께 3대 바이올린 곡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자주 연주되는 곡인데 내가 느끼기에는 그 중에서도 가장 자주 연주되는 곡이 아닌가 싶다.
      이 곡은 멘델스존이 몇 가지 파격을 시도한 곡이다.
       
      첫번째 : 독주자가 곡의 시작과 함께 연주를 시작한다.
      당시 협주곡은 오케스트라가 먼저 서주를 연주하고 독주자는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연주를 한다.
      하지만 이 곡은 그런 관행을 깨고 두번째 마디부터 바로 독주자가 연주를 시작한다.
       
      두번째 : 카덴차가 1악장 중?나온다.
      일반적으로 카덴차는 1악장의 끝부분에 위치하지만 이 곡은 1악장 정중앙에 카덴차가 위치한다.

      그 밖에도 1,2 가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나는 건 이 정도...
      김수연은 여러번의 커튼콜을 받은 끝에 윤이상의 '작은새'라는 곡을 앵콜곡으로 연주했다.
      (당연히 처음 들은 곡인데 정말 작은새를 그대로 표현한 곡이다.)
      (김수연이 직접 낭랑한 목소리로 곡명을 알려 주었는데 개인적으로 이렇게 알려 주는 것을 좋아한다.)
       
      아래는 이곡의 1악장 Allegro molto appassionato이다.
      대한민국 클래식 인구의 절반 이상이 가지고 있다는 정경화의 음반이다.
      데카 레전드 시리즈에서 리핑했다.
       
      이 음반에 커플링되어 있는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이번 교향악 축제 첫날
      곽승 지휘의 대구시향에서 김혜진의 협연으로 연주된 곡이다.
      표를 예매했으나 갈 수 없었던 공연...
       
       
       

         
        • 교향곡 1번 C단조 Op.68 (브람스)
        최은규의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에 의하면
        베토벤이 9개의 교향곡을 만든 후 베토벤 이후의 작곡가들은 교향곡이라는 형식에 대해
        큰 부담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즉, 베토벤의 교향곡은 이미 교향곡의 산꼭대기에 있는 작품들이었기 때문에
        결국은 어떤 교향곡을 작곡하더라도 베토벤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었고
        베토벤의 벽을 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는 말이다.
         
        베토벤의 후계자임을 자처했던 브람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곡을 작곡하기 시작한 후 무려 21년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자신이 존경한 선배의 벽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야겠다.
         
        당시 유명한 지휘자이자 브람스 진영의 대표주자 한스 폰 뷜로는 이 곡을 '베토벤 10번'이라고 평했는데
        - 물론 뷜로는 감격에 겨워 했던 평가였지만 -
        내가 알기로는 브람스는 이러한 평가를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거장과의 비교이기는 하지만 어느 예술가가 다른 이의 작품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기뻐하겠는가?)
         
        이 곡을 들어 보면 뷜로의 저 평가가 과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1악장은 옷깃을 세우고 어깨에 힘을 잔뜩 준 모습이 연상된다.
         
        개인적으로 1악장 도입부를 좋아한다.
        들을 때마다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고, 오케스트라도 이 도입부에서 청중을 압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제 연주는 너무 좋았으나 옥의 티였던 것은
        약 10초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연주가 시작된 직후 입장한 일부 몇 명의 관객 때문에
        이 1악장의 도입부를 완전히 망쳐버렸다는 것이다.
         
        클래식 팬들 사이에 '돼지(DG)의 선물'이라 불리는 저렴한 가격의 대박 박스세트인 카라얀 심포니 에디션.
        풍월당에서 구입했는데 지금은 품절되었다.
        (이미 구입한 대박 음반이 품절되었을 때의 이 므흣함...)
         
         
         
         
        1악장. Un poco sostenuto - Allegro - Meno allegro
         
         
        4악장. Adagio - Piu andante - Allegro non troppo, ma con brio - Piu allegro
         
        명악장이다.
        빠르기 말이 '매우 느리게 - 더 느리게(아다지오보다는 빠름) - 지나치지 않게 빠르게, 하지만 활기차게 - 더 빠르게'라니...
        이 빠르기 말처럼 4악장은 그야말로 변화무쌍하다.
         
        4악장을 듣고 있으면 '도대체 다음 곡을 어떻게 만들려고 이렇게 많은 선율을 한 악장에 집어 넣었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든다.
         

         
        앵콜곡으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을 연주했다.
         
        앞의 2곡은 이날의 관람을 위해 주중에 다시 들어 보았는데
        공교롭게도 이 곡은 전날 KBS 1FM 다시 듣기를 통해 들었던 곡이다.

        아마도 'FM 가정음악' 첫 곡이었던 것 같다.
        (지금 찾아 보았더니 맞다. 쿠르트 마주어 지휘,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연주였다.)
        올해는 김대진과 수원시향이 예술의 전당 기획 '3B 시리즈'의 첫 해인 베토벤을 담당한다.

        지난번 공연은 회식으로 인해 아쉽게 취소할 수 밖에 없었지만,
        앞으로의 연주를 기대하게 만든 좋은 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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