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일자 : 2010/04/19
어제 있었던 성남과 경남의 경기를
두고 아직도 인터넷 상에 말들이 많다.
일반적인
예상보다 시즌 초반 훨씬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던 양팀의 대결이었기에 많은 관심이 가는 대결이었고,
그 기대에
부응하여 오랫만에 SBS에서 공중파로 생중계를 해 주었다.
(나도
상암에서 서울과 울산의 경기를 보고 와서 녹화해 둔 타임머신TV를 틀었다.)
선취골은
성남이 얻었지만 종료 직전 경남유치원 (어린 선수가 많아 이렇게 불린다.) 이 결국 2:1로 역전에 성공했다.
문제는 경남이
2:1로 앞서던 인저리 타임에 발생했다.
이대로 1분만
지나면 경남이 승리하는 상황.
성남 송호영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슛을 하는 순간 경남 수비수가 발을 뻗어 막아 냈다.
그런데 여기서
난데없는 주심의 PK 선언.
느린 그림을
아무리 돌려 봐도 수비에는 하자가 없었다.
아니, 느린
그림이 아니라 얼핏 보기에도 문제가 없던 상황이다.
주심의
판정은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반드시
징계를 내려야 할 판정이다.
'심판이
무승부에 토토를 걸었다'는 의심을 받기에 안성맞춤인 상황이다.
하지만, 경남 조광래 감독의 대응은 더욱 기가
막혔다.
화가 나고
억울한 그 심정은 이해한다. (물론 이성적으로 이해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
국가의 최상위 리그 경기에서 선수들을 이끌고 경기장을 빠져 나가려 한다거나
미친듯이 뛰며
주심에게 위협을 가하는 행동이 가능한 것일까?
그의
이런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함안에서 심판판정에 불복하며 전반에만 무려 30분을
지연시켰다.
프로경기에
돈을 내고 주말을 즐기러 온, 더구나 어린 자녀를 동반하고 온 관중에게 미안하지 않은가?
마음에 안
든다고 선수들을 철수시킨다면 동네축구와 다를 바가 무엇이며
어느 누가
중간에 끝날 지도 모르며 경기 후 기분만 나빠지는 경기를 돈 내고 볼 것인가?
더구나 모처럼
공중파 중계되는 경기인데 경기가 끝나기 전에 SBS가 중계를 끊을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하던지...
경기를 끝까지
못 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K리그가 또 다시 동네북이 될 것이 걱정되어서다.
다행히
이번에는 '5분더 캠페인'의 영향인지 지연시간은 5분을 넘지 않았다. --;;;
조광래 감독은
경남을 훌륭하게 이끌며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보여 주고 있다.
그의 감독
자질은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일전에도 썼듯이- 제발 심판과 감독은 축구를 위해 최선을 다 해주기 바란다.
글이 조금 감정적이 됐지만, 이 상황에도 극적인 반전은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성남의 에이스 몰리나였다.
실랑이
끝에 PK를 차게 된 몰리나는
'왜들
싸우고 그래? 내가 다 해결해 줄께' 라고 하는 듯이, 하늘로 공을 차 버렸다.
몰리나의
실축인지, 또는 고의로 하늘로 찼는지, 또 고의로 찼다면 신태용 감독의 지시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고의적인
실축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정확한 킥을
자랑하는 몰리나가 지나치게 강하게 찬 것은 확실해 보인다.
만약 고의적인 실축이라면,
몰리나와 신태용 감독, 성남 일화로서는 찜찜한 승점 1점보다는 깨끗한 패배를
선택한 것이며,
진정한 승자로서 박수를
받을만하다.
사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도 이런 훈훈한 장면은 종종 있다.
1997년
목동구장에서는 부천과 울산현대의 개막전이 열렸다.
당시 친구들을
데리고 경기관람을 했다.
0:0이던
후반 10분경...
한 선수가
부상으로 쓰려져 울산이 일부러 공을 아웃시켰고, 경기가 재개된 후 윤정환이 울산 진영으로 공을 차 주었다.
그런데
하프라인에서 찬 공이 전진해 있던 당시 울산현대의 골키퍼였던 김병지의 키를 넘겨
매우
당황스럽게도 골문으로 들어가 버렸다.
김병지는 화를
내고 윤정환은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웃지 못할 상황...
규정상으로는 전혀 하자가 없는 골이었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신사 부천의 니폼니쉬
감독은
부당한 득점이라고 판단해 골을 허용할 것을
지시했다.
울산은
공격하기 시작했고 부천수비수들은 슬슬 비켜 주기 시작했으나
외국인
수비수였던 보리스 선수와 역시 외국인 골키퍼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드라간이었던가?),
이 두선수만
수비에 열심이었다.
결국 몇 번의
공격시도 끝에 울산선수들은 필사적으로 방어하는 이 두 선수를 뚫고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관중들은 이
훈훈한 광경에 박수를 보냈다.
(후에 알게된
사실은 보리스 선수는 외국인이라 의사전달이 안 되었고,
골키퍼는
상황은 알았으나 골키퍼로서 막을 수 있는 공을 흘려 보낼 수는 없었다고 한다.)
어쨌든 이
경기는 그대로 1:1로 종료되었고,
아직도 내
앞에 앉아 있던 두 꼬마가 서로 김병지의 잘못인지 윤정환의 잘못인지를 놓고
남은 시간
내내 다투던 일이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