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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정기연주회 비르투오조 시리즈3 (콜린커리-타악기)

글쓴이 : 민선아빠 날짜 : 2009-08-22 (토) 00:00 조회 : 10183
  • 제목 : 서울시향의 비르투오조 시리즈 Ⅲ
  • 일시 : 2009-06-05 (금) 오후 8:00
  • 장소 :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 지휘 : 성시연
  • 연주 : 서울시향 / 콜린커리 (타악기)
  • 프로그램
    • 라벨 : 어릿광대의 새벽노래 (Alborada del Gracioso)
    • 히그던 : 타악기 협주곡 (Percussion Concerto)
    • 프랑크 : 교향곡 d단조 Op. 48 (Symphony in d minor)
  • 관람 : 민선아빠, 민선이, 하모군(민선아빠 친구)
     
     

  • 생소한 연주에 기묘한 관람인원.
민선이는 어느덧 여러번의 클래식 공연을 보았다.
하지만 이날 공연이 가장 인상깊었으며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그것이 이미 많은 날이 지났음에도 이날의 공연에 대한 후기를 쓰고 있는 큰 이유이다.
타악기 협주곡이란 (민선이는 물론)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는 나에게 많은 기대와 우려를 갖게 했다.
(직접 관람한 공연에서만도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는 물론 온갖 관악기, 하프에 2중협주곡, 3중협주곡, 합주협주곡까지 들어봤지만 타악기로 협주를 한다는 건 참...)
 
참고로, 여기에서 '우려'라는 표현은 현대음악에 대한 얘기다.
작곡가인 제니퍼 히그던은 생존해 있는 (그것도 비교적 젊은) 작곡가이다.

지난번 교향악 축제에서 박태종씨가 작곡한 '예감의 새'를 듣고는 도저히 그 이질감을 이기지 못 했던 기억도 있다.
또한 여류 작곡가라는 측면에서 작곡가 진은숙씨가 떠오르기도 했다.
(사실 나는 현대음악을 전혀 모른다.
SPO 8월호에서 송주호씨가 '현대음악과 같은 느낌?'이란 칼럼에서도 썼듯이 우리는 현대음악을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 이건 조윤범씨가 '파워클래식'에서 언급했던 내용으로 기억하는데 '우리는 조금 이상하면 현대음악이라고 한다.'라고 했는데 매우 공감되는 말이다. 딱 내 수준이 그렇다.)
 
게다가 이날의 공연관람 인원은 매우 특이하게도 나, 민선이, 그리고 친구인 상욱군이었다.
(이 나이에 '군'이라는 표현은 별로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좋은 음악을 즐기는데 남녀노소가 어디 있으며, 동행인이 누구이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어쨌든, 우리는 이런 그로테스크한 멤버 구성으로 생전 처음 듣는 형식의 음악을 들으러 저 대한민국 음악의 본거지로 간 것이다.
 

  • 이날의 주인공
협주곡에 있어서 주인공은 독주연주자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인 것 같다.
실제로 협주곡을 관람하고 있으면 그 말은 사실이라고 느끼게 된다.
 
특히 이날의 콜린 커리는 정말 대단했다.
하지만 지휘자는 어떤 경우에도 무시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지휘자인 성시연에게도 관심이 있었고 이날 인상적인 지휘를 해 주었다.)
이날 원래는 '얀 파스칼 토틀리에(Yan Pascal Tortelier)'가 지휘하기로 되어있었는데 급작스럽게 성시연으로 교체되었다. (이유는 모른다.)

기존에도 가끔 서울시향 공연에서 이런 식의 대타 지휘를 하던 성시연은 이 공연 이틀 전 서울시향 부지휘자가 되었다.
참, 물론 서울시향의 모든 연주자들도 역시 주인공이다.
 
< 지휘 - 성시연 >
< 협주 - 콜린 커리 >


  • 클래식의 경계는?
◈ 라벨의 <어릿광대의 새벽노래>
 
아직 라벨과는 친하지 않지만 이러한 구체적 제목의 표제음악을 들으면 음악 속에서 어떤 내용을 표현하려 하고 있는 것일까 하고 상상하며 음악을 듣는 재미도 있는 것 같다.
 
◈ 히그던의 <타악기 협주곡>
 
연주 전, 악기 준비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신세계를 구경하는 기분이었다.
드럼세트, 팀파니, 마림바, 각종 크기의 북들... (처음보는 이름모를 악기도 많았다.)
이곡은 '타악기협주곡'이지 '드럼협주곡'이나 '팀파니협주곡'이 아니었던 것이다.
지휘대의 양쪽으로 무대 전면을 가득 채웠다.
 
이때의 내 궁금증은 '과연 연주 중에 지휘자 앞을 지나다니며 공연을 할 것인가' 하는 거였다.
그런데 연주가 시작되자 이건 내 상상을 뛰어넘는 곡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 타악기의 특성을 알아야 함은 물론이고 타악기 사이의 동선도 고려하여 곡을 만들었어야 했을 것인데, 정말 현대에 있어서는 작곡하기도 쉽지 않겠구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들었다.
콜린커리는 그야말로 곡예사처럼 악기들 사이를 누비고 다니며 정말 신나게 각종 타악기들을 두드려 댔다.
이질적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기우에 불과했다.

고전적인 곡에 익숙한 나에게도 이곡은 타악기가 심하게 포함된 고전적인 곡으로 다가왔다.
아마도 청중 중에는 연주 도중 소리를 내거나 박수로 장단을 맞추고 싶어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드럼세트의 카덴차에 이르러서는 클래식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 카덴차가 연주되는 동안 성시연이 어떻게 카덴차 끝부분을 인지하여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시작할 것인가가 더 궁금했다.)
관객들을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열정적인 피날레가 끝나고 객석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수차례의 커튼콜 이후 앙콜곡이 시작되었다.

사실 나는 박수를 치면서도 약간 불안했다. 타악기만 가지고 어떻게 독주를 하고 이 분위기를 이끌어 갈까 하는...
난 왜 이리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인지...
하지만 역시 나의 우려를 무색하게도 서울시향의 여러 타악기 주자들이 협주로 앙콜을 해 주었으며, 이 곡은 청중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콜린커리는 스타 플레이어답게 마지막 연주를 마치고는 연주에 사용한 드럼 스틱을 맨 앞줄의 아가씨에게 던져 주고는 날렵하게 무대 밖으로 퇴장했다.
(우리는 2층 박스석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앙콜을 연주했던 드럼세트가 매우 잘 내려다 보였다.)
 
◈ 프랑크의 <교향곡 d단조>
프로그램 소개에도 언급되어 있었듯이 이곡은 인터미션 이전의 레퍼토리와는 정반대의 곡이다.
들뜬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려는 의도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곡은 종교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면서도 결코 지루하게만 흘러가지도 않았다.
또한, 성시연의 지휘를 보다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 또 다시 사인회...
이날은 상욱군도 있었고 (불쌍한 상욱군은 저녁을 굶었다고 함.) 평일이라 그냥 갈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콜린커리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민선이는 결코 사인을 포기할 수 없었다.
단, 역시 핸드폰으로 찍은 화질은 옥의 티...
(공연장에 디카를 가져가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긴 하다. 어차피 공연장 내에서는 못 찍고 사인회에서 찍는 것이 다인데...)

< 사인받는 민선이 > < 왼쪽 사진의 결과물 >


  • 뒤풀이
공연 후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몇년간 아껴두던 '까뮈XO'를 모조리 해치웠다. (물론 민선이는 열외)
그리고도 모자라 다음으로 아끼던 '레미마르탱XO'도 절반을 소진했다. ㅠㅠ
 
물론 음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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