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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소재로 한 소설들

글쓴이 : 민선아빠 날짜 : 2010-06-02 (수) 00:00 조회 : 6420
관련이 크건 작건 축구를 소재로 한 소설은 상당히 많다.
 
그 중 몇 권을 소개한다.
 
대부분 수년 전에 읽은 책이라 내 기억 중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기억력에 자신이 없는 편이라 기억이 모호한 부분은 가급적 책을 찾아 확인하려 노력했다.)
 

 
 
제목 : 아내가 결혼했다.
저자 : 박현욱
출판사 : 문이당
축구 관련성 : 20%
 
불과 몇 년 전 베스트셀러였으며, 영화 역시 유명했으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할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치열한 더비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가장 유명한 더비임에는 틀림없는 '엘 클라시코'가 등장한다.
남자 주인공 덕훈은 레알 마드리드의 팬이고 여자 주인공 인아는 FC바르셀로나의 팬이다.
 
두 주인공은 이처럼 축구를 매개로 하여 만나게 되지만,
축구 자체가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의 만남 뿐 아니라 많은 장면에서 축구가 인용된다.
 
예를 들어 덕훈이 어렵게 결혼 승락을 받은 후 사르트르와 펠레의 만남이 소개된다.
 
사르트르는 이런 말을 남겼다.
'축구에서는 상대방의 현존으로 인해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된다.'
사르트르가 브라질에 갔을 때 우연히 펠레와 마주쳤고, 펠레를 본 사르트르의 동료들이 흥분해서
사르트르만 달랑 남겨 두고 모조리 펠레에게 달려가 법석을 떨었다고 한다.
이후 펠레와 사르트르가 마주쳤던 모퉁이의 이름이 '펠레-사르트르 코너'라고 붙여졌다고.
 
 
이렇게 등장하는 축구 이야기는 양념의 수준 이상으로 이야기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박현욱의 축구 지식, 축구와 이야기의 적절한 배합은 이 소설의 핵심이다.)
 
축구와 관계는 없지만 소설 내용을 보면...
덕훈은 인아와 결혼한 후,
인아가 덕훈과의 결혼생활을 유지한 채 다른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결심하면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설정이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2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로는, 작가 박현욱이 독자를 이끌고 가는 서술의 방식이다.
박현욱은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 덕훈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나는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를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영화라는 매체의 시간적, 표현적 제약을 감안하면
이처럼 무리한 설정과 주인공의 고민을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둘째로는, 박현욱이 아무리 설득력 있게 글을 썼다 하더라도
책에서 묘사하는 정도의 사랑의 감정을 느껴 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덕훈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을 거라 확신한다.
 
이 책은 '축구'보다는 '결혼'에 관한 소설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축구'를 빼버린다면 무미건조한 뼈대만 남을 것이다.
 

 
 
제목 : 악마의 패스
저자 : 무라카미 류
역자 : 이윤정
출판사 : 동쪽나라
축구 관련성 : 90%
 
음식과 축구 매니아로 알려진 무라카미 류의 본격 축구 소설이다.
 
류는 작가 후기에서 '나는 축구가 얼마나 매력적인 스포츠인지를 그리고 싶었다.'고 썼다.
(개인적으로는 역시 축구 매니아로 알려져 있는 시오노 나나미의 축구 관련 저술을 보고 싶다.)
이 소설은 한 마디로 '본격 축구소설'이다.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화자는 '겐'이라는 40대 중반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남자로서
작가인 무라카미 류의 분신이다.
 
소설은 안기온이라는 정체불명의 위험한 도핑물질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이는 그저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한 보조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주인공 '야하네 도지'라는 일본 축구선수가 '멜레니아'라는 가상의 팀의 주축선수로서
소속팀 멜레니아의 99/00 시즌 세리에A 잔류를 목표로 경기하는 모습을 그린 또 하나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진짜 이야기이다.
(시즌마다 세리에A의 하위 4개 팀은 세리에B로 강등된다.)
 
말 할 것도 없이 주인공 '야하네 도지'는 '나카다 히데도시'를 모델로 하고 있으며,
'멜레니아'는 나카다가 처음으로 세리에A에 진출했던 (안정환도 뛰었던) 페루지아를 모델로 하고 있다.

(무라카미 류는 실제로 '나카다 히데도시'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
즉, 류는 자신의 환타지를 그 자신과 나카다를 등장시켜 소설로 써 내려간 것이다.
 
아래에 보이는 것처럼 재미있게도
이 책에는 책에 등장하는 가상의 3경기에 대한 포메이션이 소개되고 있다.
(상대팀인 3팀은 모두 실존하는 팀이며 선수들도 당시 실제 선수들이며,
그 중 한 팀은 공교롭게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오렌티나와의 '아르테미오 프란키'에서의 경기이다.)
 
 
 
 
이 소설의 백미는 강등을 두고 벌어지는 리그 최강팀 유벤투스와의 리그 최종전이다.
 
유벤투스 역시 이 경기에 의해 리그 우승이 결정되는 절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양 팀은 사활을 걸고 맞붙게 된다.
 
이 책은 무려 105페이지 분량을 이 마지막 한 경기에 할애하고 있다.

단순히 경기 상황을 서술한 것이 아니라, 경기장의 분위기를 포함하여
(경기장에 처음 온 일본인 관중은 경기장 분위기에 공포심까지 갖는다.)

90분의 경기를 샅샅이 문자로 중계한다.
축구는 문자로 표현하기 매우 어려운 종목이다.
무라카미 류는 자신의 세리에A 관람 경험을 바탕으로
마치 경기장 한복판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현장을 보여준다.
 
2,30년 전 일본에는 '캡틴 츠바사'라는 만화가 있었다.
이 만화는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당시 이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에서 일본 축구 전성기의 선수들이 배출된다.
 
만화의 주인공 츠바사는 미드필더로서,
약 10년 전 일본 대표팀의 주역이던 나카다 히데도시를 비롯하여 나카무라 순스케, 오노 신지 등
일본을 대표하는 선수들 중 유독 미드필더가 많았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캡틴 츠바사는 일본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많은 독자가 있어
츠바사가 바르셀로나로 이적했을 때 레알 마드리드 회장이 유감을 표명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캡틴 츠바사가 많이 떠오르기도 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축구경기의 본질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 봐야 할 책이다.
(단, 줄거리는 신경쓰지 말 것.)
 

 
 
제목 : 피버피치
저자 : 닉 혼비 (Nick Hornby)
역자 : 이나경
출판사 : 문학사상사
축구 관련성 : 99%
 
일반인에게는 생소할 것이나 축구팬들에게는 너무도 유명한 책.
 
'어바웃 어 보이'로 잘 알려진 영국 작가 '닉 혼비'의 자전적 소설이다.
이 소설 역시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먼저 영국에서 영화화되었으며,
이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미국에서는 드류 베리모어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미국판 영화는 미국판답게 소재가 축구가 아닌 야구로 둔갑했으며,
우리나라에는 '날 미치게 하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닉 혼비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 소속인 아스날(Arsenal)의 광팬이며,
자전적 소설인만큼 책의 주인공인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전적 소설이라기 보다는 자서전에 가까운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허구인지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헤이젤 참사
(1984년 전세계 수천만 명이 TV 생중계로 지켜 보던 리버풀과 유벤투스가 격돌한
유럽피언컵 결승전에서 리버풀팬들의 폭동으로 경기장이 붕괴하여 38명이 사망한 참사.
이 참사로 리버풀은 수년간 유럽대회 진출을 거부당했다.)를
공교롭게도 자신이 영어를 가르치던 이탈리아 학생들과 같이 보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우연한 일이다.
 
이 책은 1968년 9월 14일 열한살 때 처음 직접 관람한 아스날 경기를 보고 축구와 사랑에 빠진 이후
1992년 1월 11일 아스톤 빌라전까지 특기할만한 경기 거의 100경기를
그야말로 축구에 '미친' 팬의 관점에서 쓰고 있다.

(나 역시 이 책을 본 이후 가급적 매치데이매거진(경기 프로그램북)을 버리지 않고 모으는 습관이 생겼다.)
주인공 (아마도 닉 혼비 자신)은 축구를 위해 집을 옮기는 것은 물론
부모의 이혼, 재혼 및 자신의 삶 모든 것을 축구와 연관하여 생각하고 결정한다.
그는 축구와 연애했고 축구와 함께 늙어갔으며, 죽어서도 축구장에 묻히고 싶어한다.
(사실 이거 가족 입장에서는 참...)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임의로 약간 줄였다.)
 
나는 축구경기에서 많은 것들을 배워왔다.
내가 아는 영국과 유럽 지명 가운데 대부분은 축구를 통해 알게 된 것이고,
훌리건들을 통해 사회학에 대한 관심과 현장학습 체험을 갖게 되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시간과 감정을 투자하는 일과,
비판적 시각 없이 온전히 같은 대상을 응원하고 그 소속감을 갖는 것의 가치도 배웠다.
 
이 책을 읽기 전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너무도 일치하는 것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불어 나는 유럽 각 언어의 철자와 발음체계, 국기 등도 대체로 유럽의 팀과 선수 이름으로부터 배웠다.)
 
일례로 며칠 전 우리나라가 평가전을 가졌던 벨라루스 역시 축구를 통해 진작에 알고 있던 나라이다.
일전에는 입사 면접에서 임원진 앞에서 이탈리아의 남북간 지역 갈등이나
스페인의 민족간 갈등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이야기해서
CEO를 비롯한 임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 책은 나처럼 유럽축구-그냥 축구라 해도 마찬가지이다.-에 대한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과 관심이 있는 올드 축구팬에게는
너무나 공감이 가는 필독서이자 소장 1순위의 책이다.
스포츠에 전혀 관심 없는 친구조차 (선물한 적이 있다.) 이 책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고 한다.
 
스포츠, 예술, 취미 등 분야를 막론하고 무언가에 완전히 빠져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제목 : 페널티킥 앞에 선 골피퍼의 불안.
저자 : 페터 한트케 (Peter Handke)
역자 : 윤중호
출판사 : 민음사
축구 관련성 : 0.5%
 
제목은 가장 '축구'스러우나 내용은 축구와 거의 연관이 없다.
 
단지 이 책의 주인공 '블로흐'가 전직 축구 골키퍼 출신이라는 것이 이 소설과 축구와의 연관성이다.
최근에 어디에선가 - 아마도 '좋은 생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작가인 '페터 한트케'가 골키퍼 출신이라고 봤던 것 같은데 막상 찾아 보려 하니 찾기가 쉽지 않다.
유럽과 남미에는 워낙 등록선수가 많으니 축구선수 출신이라 해도 그다지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이 책은 꾸준히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오스트리아 출신 '페터 한트케'의 소설이다.
(언젠가는 노벨상을 받을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되면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리기 어렵게 될 것 같아 미리 읽어 두었다.)

페터 한트케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관객모독'의 작가이다.
민음사 책의 표지그림인 뭉크의 '절규'가 상징하는 것처럼 '소통이 단절된 한 인간의 불안'을 그리고 있다.
 
'이전에 꽤 유명한 골키퍼였던 요제프 블로흐는 건축 공사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일하러 가서는 자신이 해고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로 시작되는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조건반사적으로 '프란츠 카프카'가 연상되었으며, 그 이미지는 소설 내내 계속되었다.
 
이 책은 카프카의 소설처럼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일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인 문체로 시시콜콜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물론 카프카와는 또 다른 면이 있다.)
 
주인공 블로흐는 어느날 직업을 잃고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며 이곳 저곳을 전전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알게 되어 하루를 지내게 된 여자 게르다 T가 일하러 가지 않느냐고 묻자 목을 졸라 죽이게 된다.
(이러한 극적인 사건을 일상과 전혀 다를 바 없이 간략하게 서술하고 있다.)
 
블로흐는 그의 행동, 주변상황에 대한 해석, 무엇보다도 언어적인 면에서 타인 및 사회와의 소통에 장애를 느낀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자신에 대한 신호나 상징으로 여겨지게 되고, 결국 사회와 단절된다.
 
한트케는 불안 자체를 묘사하기보다는
블로흐의 행동과 외부에 대한 반응을 묘사함으로써
읽는이로 하여금 눈에 보이지 않는 불안을 스스로 느끼도록 한다.
 
이 책 역시1972년에 '베를린 천사의 시'를 감독하기도 했던 빔 벤더스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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