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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오페라 M22 - ZAIDE/ADAMA(자이데/아다마)

글쓴이 : 민선아빠 날짜 : 2012-11-26 (월) 00:00 조회 : 60972
( 이 글은 2012-11-26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글임. )
 
 

 
 
2006년 찰츠부르크 모차르트 오페라 실황 DVD [M22] 중 'ZAIDE/ADAMA'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DVD를 틀면 모차르트 오페라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음산한 음악과 괴기스러운 무대로 오페라가 시작됩니다.
게다가 '아다마'라는 작품은 생전 처음 들어 본 제목이라 도무지 'ZAIDE/ADAMA'가 무슨 작품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인터넷에도 자료가 거의 없어
처음 이 영상물을 보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소개글을 남기고자 합니다.
 
 

 
 
먼저 ZAIDE는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모차르트의 미완성 오페라(징슈필)입니다.
 
내용은 '후궁으로부터의 탈출'의 습작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입니다.
오리엔트에 대한 서방세계의 그릇된 인식이라는 점까지 빼닮은 작품입니다.
 
 
미완성인만큼 무대에는 거의 오르지 못하지만
아리아 'Ruhe sanft, mein holdes leben'만은 자주 연주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아리아입니다. 특히 엠마 커크비의 음성으로 자주 듣습니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터키의 술탄은 유럽 출신의 애첩 자이데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자이데는 역시 유럽에서 잡혀온 노예 고마츠를 사랑하게 되고
 
술탄의 신하인 알라짐의 도움으로 함께 야반도주를 감행합니다.
탈출은 실패로 끝나고 알라짐이 선처를 호소하지만 술탄의 복수심과 상처입은 자존심은 누그러지지 않습니다.
(이 대목에서 미완성으로 끝나게 됩니다.)

[ 고마츠(Topi Lehtipuu)에게 'Ruhe sanft, mein holdes leben'을 불러주는 자이데(Mojca Erdmann) ]
 
 

 
 
한편 이 작품의 또 한 축을 이루고 있는 ADAMA는 모차르트와 관계가 없으며
이스라엘 출신의 1957년생 작곡가 하야 체르노빈(Chaya Czernowin)의 작품입니다.
 
 
ADAMA는 히브리어로 '땅'이라는 의미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
 
 
언어의 특성을 바탕으로
단어들을 반복하여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내용을 살펴 보면,
팔레스타인 남자와 이스라엘 여자가 등장합니다.
팔레스타인 남자는 아랍어로, 이스라엘 여자는 히브리어로 각각 '무감각', '일', '상처'와 같은 단어를 내뱉습니다.
 
고통스러워하던 두 남녀는 어색하게 서로 다가가게 되고 '태양', '하늘'과 같은 단어에서 두 언어가 유사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 만남이 절정에 이른 순간 그들은 오랜 증오를 느끼고 '땅', '피', '어머니' 등의 언어로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히브리어로 땅은 adama, 피는 dam... 이런 식의 유사한 발음의 단어를 섬찟한 음으로 표현합니다.)
 
 
결국 두 남녀는 각각 자신의 민족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혀
'아버지'라는 민족의 대표자에 의해 형벌을 선고받습니다.
 
 
[ 팔레스타인 남자(Yaron Windmuller)와 이스라엘 여자(Noa Frenkel)을 벌주려는 민족의 대표자 아버지(Andreas Fischer) ]


 
 
이 작품은 이 2개의 오페라를 순서대로 조합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자이데'의 1번부터 15번까지의 아리아 사이에 '아다마'의 각 장면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이데에 대한 술탄의 분노가 표현된 이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민족의 두 남녀에 대한 징벌 장면이 나오는 식이죠.)
 
 
클라우스 구트의 연출답게 꽤 특색있고 짜임새가 있습니다.
 
2개의 오케스트라가 각각의 작품을 연주합니다.
 
 
너무 파격적인 연출이었기에 커튼콜 때는 환호소리에 일부 관객들의 야유소리도 섞여서 들리더군요.
 
 
하지만, 모차르트의 오페라 중에는 12세에 작곡한 곡도 있고 이처럼 미완성 오페라도 있는데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전부 무대에 올린 기획력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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